지난 5월 연휴, 오사카행 비행기를 타러 간 인천공항 검색대에서 제 앞 승객의 가방이 열렸습니다. 나온 건 보조배터리 네 개. 직원의 설명이 이어졌고, 그분은 결국 두 개를 그 자리에서 포기하고 게이트로 향했습니다. 4월 20일부터 규정이 바뀐 걸 몰랐던 겁니다.
여름휴가 출국이 몰리는 7월 말~8월 초, 같은 장면이 전국 공항에서 반복될 겁니다. 바뀐 규정은 항목이 많지 않지만, 하나라도 어기면 검색대에서 시간을 잃거나 멀쩡한 배터리를 버리게 됩니다. 출국 전 5분이면 전부 확인할 수 있도록 항목별로 정리했습니다.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1인당 2개까지, 기내에서 사용·충전 금지, 좌석 위 선반 보관 금지.
- 용량 한도는 그대로입니다. 100Wh 이하는 자유, 100~160Wh는 항공사 승인, 160Wh 초과와 위탁수하물은 금지.
- 단자 절연이 새 관문입니다. 테이프를 붙이거나 지퍼백에 하나씩 담으면 검색대를 빨리 통과합니다.
왜 바뀌었나, 에어부산 화재에서 국제 기준까지
시작은 2025년 1월 김해공항 에어부산 기내 화재였습니다. 원인으로 승객 보조배터리가 지목되면서 국토교통부가 그해 3월 국내 규정을 강화했고 — 선반 보관 금지, 단자 절연 권고가 이때 나왔습니다 — 여기서 멈추지 않고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기준 강화를 직접 제안했습니다.
그 결과가 2026년 4월 20일부터 적용된 새 기준입니다. 국내 항공사만의 규정이 아니라 국제 표준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대한항공·아시아나부터 에어프레미아, 에어로케이 같은 LCC까지 같은 날짜 전후로 일제히 공지를 냈고, 외국 항공사들도 순차 적용 중입니다. 어느 항공사를 타든 이 기준이 기본값이라고 보면 됩니다.
바뀐 규정, 표 하나로 끝내기
| 항목 | 2026년 4월 20일부터 |
|---|---|
| 반입 개수 | 1인당 최대 2개 |
| 용량 한도 | 100Wh 이하 자유, 100~160Wh는 항공사 사전 승인, 160Wh 초과 반입 불가 |
| 기내 사용·충전 | 전면 금지 (좌석 USB·콘센트로 휴대폰을 직접 충전하는 건 가능) |
| 보관 위치 | 머리 위 선반 금지 — 몸에 소지하거나 앞좌석 주머니 |
| 단자 절연 | 테이프로 단자를 가리거나 개별 파우치·지퍼백에 하나씩 |
| 위탁수하물 | 전면 금지 (이전과 동일) |
가장 크게 달라진 건 개수입니다. 기존 국내 기준으로는 100Wh 이하 보조배터리를 5개까지 들고 탈 수 있었지만, 이제 용량과 무관하게 2개가 상한입니다. 도입부의 그 승객이 두 개를 포기해야 했던 이유입니다. 기내 사용 금지도 체감이 큰 변화입니다. 비행 중 팔걸이에 폰과 보조배터리를 같이 올려두고 충전하던 풍경은 이제 규정 위반입니다.
내 보조배터리는 몇 Wh인가
규정은 전부 Wh(와트시) 기준인데 제품에는 mAh만 크게 적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환산은 한 줄입니다.
Wh = mAh ÷ 1,000 × 3.7(V)
| 표기 용량 | 환산 | 판정 |
|---|---|---|
| 10,000mAh | 37Wh | 자유 반입 (2개 한도 내) |
| 20,000mAh | 74Wh | 자유 반입 (2개 한도 내) |
| 27,000mAh | 약 100Wh | 승인 없이 가능한 상한선 |
| 30,000mAh | 111Wh | 항공사 사전 승인 필요 |
| 43,500mAh~ | 160Wh 초과 | 반입 불가 |
시중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10,000~20,000mAh 제품은 전부 자유 반입 구간입니다. 걱정해야 하는 건 캠핑용 대용량이나 노트북 충전용으로 나온 30,000mAh 이상 제품 정도입니다. 대부분 제품 뒷면 라벨에 Wh가 함께 표기되어 있으니, 계산이 귀찮다면 라벨부터 확인하는 게 빠릅니다. 라벨이 지워졌거나 표기가 없는 제품은 검색대에서 확인이 길어질 수 있어 아예 안 가져가는 편이 낫습니다.
출국 전날 체크리스트
짐을 싸는 순서대로 정리하면 이렇게 됩니다.
- 캐리어(위탁)에서 보조배터리 전부 빼기. 하나라도 남아 있으면 수하물 검사에서 가방이 열리고, 심하면 출발이 지연됩니다.
- 2개만 고르기. 저는 기내용 20,000mAh 하나, 예비 10,000mAh 하나로 정리했습니다. 열흘 이하 여행에서 그 이상 필요했던 적이 없습니다.
- 단자 절연하기. USB 단자에 테이프를 붙이거나, 없으면 지퍼백에 하나씩 담습니다. 파우치 하나에 두 개를 같이 넣는 것보다 하나씩 나눠 담는 쪽이 검색대 통과가 빠릅니다.
- 기내용 가방 바깥 주머니에 넣기. 탑승 후에는 앞좌석 주머니로 옮기거나 몸에 지닙니다. 선반 위 캐리어에 넣은 채 이륙하면 승무원이 꺼내달라고 요청합니다.
- 기내에서는 쓰지 않기. 장거리라면 좌석 USB 포트로 충전하고, 보조배터리는 공항에 내려서 씁니다.
절연 테이프까지 붙이는 게 유난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검색대에서 파우치를 열어 보이는 것만으로 통과된 경험을 하고 나면 생각이 바뀝니다. 5월 오사카행에서 제 옆줄은 배터리 확인으로 3분을 섰고, 저는 지퍼백 두 개를 트레이에 올리고 바로 통과했습니다.
충전기 쪽 짐이 아직이라면 일본 여행 충전 준비 가이드를, 보조배터리를 새로 살 계획이라면 용량별 차이를 정리한 10,000 vs 20,000mAh 비교를 이어서 보시면 됩니다.
결론: 두 개만, 몸에 지니고, 기내에선 쓰지 않기
바뀐 규정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보조배터리는 1인당 2개까지, 단자를 가려서, 몸 가까이 두고, 기내에서는 꺼내 쓰지 않기. 용량 한도(160Wh)는 그대로지만 개수와 사용 규정이 조였고, 이건 국내선·국제선·외항사를 가리지 않는 국제 기준입니다.
항공사별 시행일과 세부 운영에는 며칠씩 차이가 있으니, 출국 직전 이용 항공사 홈페이지 공지 한 번만 확인하면 완벽합니다. 검색대에서 버리는 보조배터리가 올여름에는 없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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