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피 Halo96 V2 리뷰, 사무실에서 쓰는 25만 원짜리 기계식
에디터 레이
게이밍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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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용산점 키보드 코너. 평일 저녁 여덟 시, 전시대에 여섯 종이 깔려 있었다. 독거미, 키크론, 아콘, 레오폴드, 그리고 누피 Halo96 V2. 하나씩 눌러봤다. 알트 키, 스페이스, 엔터, 백스페이스. 이 네 개만 20초씩 눌러보면 키보드 성격이 나온다.
세 번째로 만진 Halo96 V2에서 손가락이 멈췄다. 말랑했다. 기계식인데 쿠션 위에 손을 올린 감각. 소리도 거의 없었다. 옆 매대의 청축 키보드가 딱딱 울리는데, 이쪽은 스페이스바를 눌러도 둔탁한 '쿠욱' 한 번뿐이다.
가격표를 봤다. 257,900원. 옆에 깔린 GDEVIL G810이 99,000원이었다. 같은 기계식인데 두 배 반 가격이다. 이 차이가 어디서 나오는지 1시간을 뜯어봤고, 사무실에서 쓰기에 25만 원이 아깝지 않은 이유를 찾았다.
- 체리 사일런트 레드 클리어탑 + 가스킷 마운트 + 5중 흡음재. 사무실 소음을 설계 단계에서 차단한 25만 원대 유일한 선택지.
- 8만 원대 독거미·아콘과 다른 세그먼트. 입문자가 두 번째 키보드로 점프하거나, 연말 자기 선물로 쓰기 좋다.
- 쿠팡 22.9만 원이 이마트 25.79만 원보다 2.9만 원 저렴. 로켓배송 + 반품까지 감안하면 이마트에서 만져보고 쿠팡에서 사는 게 정답.
25만 원의 정체 — 세 가지가 겹쳤다
Halo96 V2가 조용하고 말랑한 이유는 한 가지가 아니다. 세 개의 설계가 동시에 작동한다.
첫째, 체리 사일런트 레드 클리어탑 스위치. 체리가 누피와 협업해서 처음 만든 저소음 스위치다. 일반 적축은 키를 누를 때 하우징 바닥에 스템이 부딪치는 '바텀아웃' 소리가 난다. 사일런트 레드는 스템 안쪽에 탄성 실리콘을 넣어서 이 충격을 먹어버린다. 소리만 줄인 게 아니라, 손가락에 전달되는 진동도 같이 사라진다. 내가 이마트에서 '말랑하다'고 느낀 건 이 실리콘이었다.
둘째, PCB 가스킷 마운트. 기판을 케이스에 직접 나사로 고정하지 않는 방식이다. 기판과 케이스 사이에 실리콘 가스킷을 끼워 '떠 있는' 구조를 만든다. 키를 누르면 기판 전체가 미세하게 휘면서 충격을 분산한다. 이 방식은 원래 커스텀 키보드 빌드에서나 보던 구조인데, 누피가 프리빌트에 넣었다.
셋째, 5중 흡음재. 케이스 안쪽에 스위치 패드, 플레이트 폼, PCB 폼, 실리콘 바텀 패드, 스페이스바 전용 흡음재까지 다섯 층이 깔려 있다. 키를 눌렀을 때 케이스 내부에서 공명하는 소리를 층층이 흡수한다. 이 흡음재 스택이 '둔탁한 쿠욱'이라는 특유의 저음 타건음을 만든다.
이 세 개가 같이 작동하니까, 옆자리에서 타이핑하는 걸 듣기 전에는 기계식인지 모를 수준이 된다.
사무실에서 실제로 얼마나 조용한가
사까마까가 이전에 실측했던 데이터로 비교하면 맥락이 잡힌다. 저소음 적축이 35.6데시벨, 멤브레인이 43.2데시벨이다. 멤브레인보다 기계식이 더 조용한 경우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그럼 Halo96 V2는? 체리 사일런트 레드 클리어탑에 가스킷 마운트와 5중 흡음재까지 더했으니, 일반 저소음 적축 키보드보다 한 단계 더 내려갔다고 봐야 한다. 체감상 냉장고 모터음과 비슷한 수준의 배경 소음이 난다.
사무실 파티션 너머 옆자리 동료가 내 타이핑 소리를 의식하게 되는 구간은 보통 40데시벨 이상이다. Halo96 V2는 이 임계선 아래에서 작동한다. 같은 사무실에서 쓰는 기준이라면, 설계상 민폐가 나올 구조가 아니다.
누피 Halo96 V2 저소음 기계식 키보드 (체리 사일런트 레드)
22만 원대
독거미·아콘과 다른 세그먼트다
사까마까에서 이전에 다뤘던 키보드 중 가장 주목받은 두 개가 독거미 F108 Pro(8만 원대)와 아콘 AK74(7만 원대)다. 둘 다 가성비 풀배열의 끝이라고 평가했다. 그럼 Halo96 V2는 이 두 대와 어떻게 다른가.
결론부터 말하면, 같은 리그가 아니다.
| 구분 | 누피 Halo96 V2 | 독거미 F108 Pro | 아콘 AK74 |
|---|---|---|---|
| 가격대 | 22만 9천 원 | 8만 원대 | 7만 원대 |
| 스위치 | 체리 사일런트 레드 클리어탑 | 가야 5종 핫스왑 | 라임축 V3 택타일 저소음 |
| 마운트 | PCB 가스킷 마운트 | 가스킷 마운트 | 가스킷 마운트 |
| 흡음재 | 5중 스택 | 5중 흡음재 | 기본 흡음 |
| 프레임 | 알루미늄 유니바디 | ABS | ABS |
| 배터리 | 4000mAh | 3000mAh급 | 유선 전용 |
| 펌웨어 | QMK/VIA | 독자 소프트웨어 | 한국어 GUI |
| 레이아웃 | 96% (99키) | 풀배열 | 풀배열 |
독거미와 아콘은 '기계식 키보드를 처음 써보고 싶은데 실패하면 아까우니까 10만 원 안에서 끝낸다'는 포지션이다. Halo96 V2는 '이미 한 번 써봤고, 이제 물건 자체의 완성도로 올라가고 싶다'는 수요에 대응한다.
알루미늄 유니바디 프레임 무게가 1,150그램이다. 손목으로 들어보면 '싸구려가 아니구나' 싶은 묵직함이 바로 온다. ABS 플라스틱 케이스와 알루미늄은 같은 가스킷 마운트를 써도 타건음의 격이 다르다. ABS는 '쿠웅'이고 알루미늄은 '톡톡'이다.
입문자가 두 번째 키보드로 점프할 때
첫 기계식을 독거미나 아콘으로 시작한 사람이 '다음 단계'를 고민할 때 Halo96 V2가 답인 이유가 있다.
핫스왑이다. 납땜 없이 스위치만 뽑아서 바꿀 수 있다. 지금 사일런트 레드가 너무 말랑하다 싶으면, 6개월 뒤에 체리 MX 블랙으로 바꿔서 완전히 다른 키보드가 된다. 22만 9천 원을 썼는데 2년 뒤에 취향 바꾸면 버리는 게 아니라, 스위치값 2~3만 원으로 새 키보드 감각을 얻는다.
QMK/VIA 지원이다. 펌웨어가 오픈소스라 키매핑 자유도가 끝이 없다. 캡스락을 컨트롤로 바꾸고, 오른쪽 알트에 한영키 매크로를 넣고, 펑션 레이어 두 개를 만들어서 단축키를 깔 수 있다. 브라우저에서 VIA 사이트 접속해서 드래그만 하면 된다. 설치 프로그램 필요 없다.
4기기 멀티 페어링이다. 블루투스로 최대 4대까지 저장해두고 Fn+1/2/3/4로 전환한다. 맥북, 회사 윈도우 노트북, 아이패드, 개인 데스크톱을 동시에 쓰는 직장인한테 현실적으로 꼭 필요한 기능이다. 2.4기가 동글도 따로 제공돼서 게임할 때는 동글, 사무용은 블루투스로 나눠 쓸 수 있다.
선물로 건넬 때의 기준
자기 선물이든 타인 선물이든, Halo96 V2가 후보에 오르는 상황은 세 가지다.
자기 연말 선물. 1년 동안 고생한 자신에게 주는 물건. 이 카테고리에서 20만 원대는 '큰돈이지만 죄책감 없는' 가격대다. 와인 한 병, 위스키 한 병, 오메가 시계의 1/20 가격인데 매일 8시간씩 손에 닿는다. 생활 밀착도 대비 가격 효율로 따지면 이쪽이 압도적이다.
입문자에게 주는 선물. 조카, 남동생, 후배가 첫 직장에 들어갔거나 대학원 입학했을 때. 독거미나 아콘은 8만 원이라 '성의는 고마운데 뭔가 좀' 느낌이 애매하다. Halo96 V2는 20만 원대라 '제대로 챙겨줬다'는 인상을 준다. 박스 디자인도 그레이 무광에 Halo96 V2 로고만 들어가 있어서, 별도 포장 안 해도 선물 느낌이 난다.
배우자 선물. 이건 조건부다. 상대가 기계식 키보드에 관심이 있거나, 재택근무하면서 '뭐 사야 하나' 고민하는 눈치를 보였을 때만. 아니면 그냥 공기청정기를 사라.
옐로 스페이스바와 오렌지 엔터가 포인트인 컬러웨이라 화이트/블랙 일색의 사무실 책상에 놓으면 오히려 시선이 간다. 블랙 버전도 있지만, 화이트+컬러 포인트 조합이 선물용으로는 확실히 유리하다.
이마트 vs 쿠팡, 2만 9천 원 차이
이마트 용산점 가격표가 257,900원이었다. 쿠팡 로켓배송에서 같은 제품(저소음 블루투스 유무선겸용)이 229,000원이다. 차이가 2만 9천 원이다.
2만 9천 원으로 할 수 있는 일: 흰쌀 20킬로그램, 스타벅스 프라푸치노 다섯 잔, 넷플릭스 두 달 구독. 키보드 같이 쓸 팜레스트 하나. 선택은 독자 몫이지만, 가격 차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짚고 넘어간다.
최적의 동선은 이렇다. 이마트 같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실제로 만져본다. 타건음을 귀로 듣고, 알루미늄 프레임 무게를 손으로 재본다. 마음에 들면 쿠팡 로켓배송으로 구매한다. 쿠팡은 30일 반품이 되니까 집에서 다시 써봐도 안 맞으면 돌려보낼 수 있다.
약점은 있다
완벽한 키보드는 없다. Halo96 V2도 세 가지 약점이 있다.
첫째, 무게 1,150그램. 집과 사무실을 오가며 쓰기에는 무겁다. 이 키보드는 책상 고정용이다. 출퇴근 백팩에 넣고 다니려면 저프로파일인 Air96 V2 쪽으로 가야 한다.
둘째, 96% 배열의 적응 기간. 풀배열(104키) 쓰다가 오는 사람은 숫자패드와 방향키 사이 간격이 없어진 게 어색하다. 특히 엑셀 많이 쓰는 사람은 일주일 정도 오타가 난다.
셋째, RGB가 튄다. 투명 바텀 케이스로 빛이 새는 디자인이다. 어두운 사무실에서 분위기 잡기에는 좋지만, 형광등 쨍한 일반 오피스에서는 '왜 저 사람만 반짝이지' 소리 들을 수 있다. 다행히 백라이트는 완전히 끌 수 있다.
누가 사야 하고 누가 사지 말아야 하나
사야 하는 사람:
- 재택근무 비중이 높고, 가족과 같이 사는 직장인 (타이핑 소리로 스트레스 주기 싫은 경우)
- 첫 기계식을 8만 원대로 써봤고, 다음 단계가 궁금한 사람
- 연말에 자기 선물로 20만 원대 물건을 고민 중인 직장인
- 맥북과 윈도우 동시에 쓰는 멀티기기 사용자
사지 말아야 할 사람:
- 청축의 '딸깍'을 좋아하는 사람 (Halo96 V2 라인업에 청축이 없다)
- 외근 많은 영업직이나 이동 중 작업이 잦은 사람 (1.15킬로그램이라 무겁다)
- 첫 기계식 키보드인 사람 (10만 원 이하로 시작해서 취향 확인부터 하는 게 낫다)
- 풀배열 숫자패드를 적극 쓰는 회계·재무 직무
25만 원의 결론
사무실에서 쓸 기계식 키보드를 20만 원대에서 찾고 있고, 타건음으로 민폐 주기 싫다면 Halo96 V2가 현재 답이다. 키크론 Q5 Max(20만 원대 후반)와 비교해도 RGB 디자인과 흡음재 스택이 앞선다. 경쟁 제품 중 '조용함'을 설계 철학 자체로 가져간 거의 유일한 모델이다.
쿠팡 로켓배송 22만 9천 원. 이마트보다 2만 9천 원 저렴하다. 만져보러는 오프라인에 가되, 사는 건 온라인에서.
이 분석에 사용한 데이터
- 이마트 용산점 오프라인 타건 경험(2026-04-19 기준)
- 쿠팡 파트너스 실시간 가격 API(2026-04-19 기준)
- NuPhy 공식 제품 스펙 (nuphy.com)(2026-04-19 기준)
- SemiPro Tech+Gear, KeebFinder 리뷰 분석(2026-04-19 기준)
- 사까마까 자체 키보드 소음 실측 데이터 아카이브(2026-04-19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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